3D 프린터를 많이 사용한 고등학교 교사가 육종암에 걸렸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3D 프린터가 건강에 그렇게 나쁜 걸까요? 3D 프린터를 살 때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라던 딸아이의 생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사게 된 건데 이러다가 당장 처분하라는 말이 나올까 봐 걱정이 됩니다. 물론 제 건강도 걱정되고요. 논란이 되고 있는 3D 프린터의 유해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3D 프린터기를 동작시킬때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화학약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뭔가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인공적으로 만든 어떤 미세입자들을 들이마신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건강에 좋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물질들이 나오는 걸까요? 그리고 정말 위험할까요?
ABS는 위험! 그럼 PLA는?
다음 링크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3D 프린터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입니다. 읽어보면 프린터에 사용하는 여러 재질 중에 ABS는 몸에 해롭다는 게 이미 밝혀져 있으며 3D 프린터가 보급된 학교를 기준으로 약 22% 이상에서는 위험한 ABS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ABS는 위험성이 이미 확인된 재질이라는건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다른 재질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ABS는 열수축이 심해서 챔버가 없는 프린터로는 출력이 쉽지 않다고 하죠. 그래서 저는 PLA만 사용해 왔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PLA 필라멘트를 사용하고 계실 겁니다. PLA에도 이런 위험물이 유출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아주 딱 맞는 논문을 찾았습니다.
3D 프린팅시 발생하는 유해물의 종류와 발생량
제목을 해석하면 "상용 3D 프린터와 필라멘트 재질별 발생하는 초미세입자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연구"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다양한 프린터기와 다양한 필라멘트의 조합으로 정말 자세하게 실험을 했는데 논문의 본문을 제외하고 데이터를 정리한 첨부자료만 30페이지에 달하는 노가다 연구의 결정체입니다. 이 논문이 실린 Environ. Sci. Technol.는 2019년 7.864의 높은 영향력 지수를 가진 저널입니다.
실험은 아래 그림처럼 3D 프린터를 밀폐한 통 안에 집어넣고 출력되는 동안 밀폐 통 안에 공기를 분석기로 보내서 시간에 따른 성분의 변화를 측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래 오른쪽 그림에 보이는 모델이 출력에 사용한 모델입니다. 출력시간은 2시간 30분에서 3시간정도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프린터기의 종류와 필라멘트의 조합으로 수집 가지의 실험 케이스가 나왔고 거기에 따라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수집되었는데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아래 그래프로 요약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험 케이스별로 단위 필라멘트 당 초미세입자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검출양을 비교 요약한 표입니다. 세로축은 초미세입자 그리고 가로축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입니다. 그러니까 그래프 우상단으로 갈수록 건강에 나쁘고 좌하단이 좋겠죠. 그래프 색상을 필라멘트 별로 구분하여 표시했는데 붉은색이 PLA이고 보라색이 ABS입니다.
먼저 초미세입자와 휘발성 유기물 모두 PLA가 현저히 적게 배출이 됩니다. 초미세입자의 경우에는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에 대해서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WHO 등에서 노출 권고량을 정하고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PLA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럼 휘발분은 어떨까요? 휘발분은 그 성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볼 필요가 있는데 아래 그래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프의 세로축은 사용한 프린터기의 모델과 필라멘트의 조합을 표기했고 가로축으로는 시간에 따른 유기화합물 배출률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검출된 주요 화합물의 종류를 색상으로 구분해서 표시하였습니다. 우선 왼쪽 그래프와 오른쪽 그래프는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가로축의 스케일이 다릅니다. 왼쪽은 그나마 배출량이 적은 케이스를 비교한 것이고 오른쪽은 반대라는 거죠.
크게 보면 ABS를 사용한 경우는 Styrene이 검출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Styrene은 발암물질입니다. PLA에서 Styrene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양은 적었고 ABS에서는 상당비율을 Styrene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PLA에서는 소량이긴 하지만 Lactide가 주로 검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래된 논문이라서 그런지 3D 프린터에서 발생하는 물질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여 ABS가 PLA보다 위험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PLA는 괜찮은 건지, 등 여전히 궁금증이 남습니다. 그리고 다른 논문들과 비교해 보면 그 결과에 약간의 차이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검색을 해 봤습니다.
PLA는 안전하다고? 그럼 PLA 필라멘트는?
이 논문은 PLA를 음식 보관용으로 사용해도 안전한가에 대한 연구입니다. 논문의 결론은 안전하다입니다. 유료라서 초록만 봤지만 PLA 필라멘트 사용자로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 연구결과입니다. 하지만 3D 프린터처럼 고온에서 재질의 상변화가 있는 환경을 고려하지는 않았을테니 아직은 뭔가 부족합니다.
그러다가 아래 리뷰 논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관련 주제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있지만 대부분 유료 공개라서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tiij.org/issues/issues/spring2020/X__TIIJ%20spring%202020%20v20%20n2.pdf#page=25
3D 프린팅의 유해성을 연구한 논문들 중에서 비교가 가능한 케이스로 표에 14개 연구를 뽑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Underwriters Laboratories(UL)라는 미국 인증기관에서 발표한 3D 프린터 안전성 검증 기준에 따라 위험성을 평가하였습니다.
먼저 초미세입자입니다. 좌측은 ABS, 우측은 PLA 필라멘트이고 각 케이스별로 미세입자의 배출정도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상단의 주황색 선은 UL의 허용기준입니다. ABS와 PLA 모두 딱 1개 케이스만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네요. 그리고 앞에서 다른 논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PLA가 월등히 낮은 미세입자 배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기화합물입니다. ABS와 PLA의 절대량도 PLA가 비교우위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모두 UL의 기준치는 초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습니다.
PLA의 경우 휘발분의 주요 성분으로 Lactide와 Methyl-acryate가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전술한 논문에서 Lactide의 유해성은 모르겠다고 한 반면 여기서는 Lactide는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Methyl-acryate라는 놈이 나타났는데 이건 위험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농도가 265 mg/m^3 이상이면 위험할 수 있는데 다행히 PLA는 20 정도만 나타났다고 하네요.
ABS 재료에서는 Styrene이라는 물질이 주로 검출이 되는데 styrene은 미국공조협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거기서는 안전기준을 87ug/min으로 정했는데 바로 위의 오른쪽 그래프에서 B케이스에서 54.2ug/min이 보고되어 기준 이하이긴 하지만 상당히 많은 양이 배출됨이 확인되었습니다.
결론은, ABS보단 PLA! 그리고 환기는 필수!!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보겠습니다.
3D 프린팅시 배출되는 유해물은 초미세입자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필라멘트 재료인 PLA와 ABS를 비교했을 때 PLA가 모든 면에서 ABS보다 유해물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PLA의 위험 포인트는 Methyl-acryate라는 화합물이고 ABS는 Styren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물질의 배출량을 허용 기준치와 비교했을 때 여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PLA는 허용기준치의 10% 미만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ABS는 허용기준의 60%를 초과하는 결과도 있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3D 프린터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하고 출력 중에는 프린터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ABS는 사용을 피해야 하겠습니다.
3D 프린터를 얘기할 때 우리는 신기한 기술에 대해서만 얘기했지 안정성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신산업혁명의 대표적 아이템으로 추앙하면서 위해성에 대한 고민과 검토가 부족했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드네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확하게 알고 위험을 피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끝!
'Hardware > 3D Prin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FYSETC SD-WIFI(ESPwebDev사용)로 3D프린터를 네트워크 드라이브로 연결 (9) | 2021.11.04 |
---|---|
장난감 기차 부품 출력, “로보트레인” 교차로 트랙 자작 (0) | 2021.03.24 |
3D프린터 익스트루더 업그레이드 - E3D Titan Extruder (0) | 2020.10.15 |
오래된 PLA 필라멘트를 새것처럼 되돌리기 (0) | 2020.10.01 |
댓글